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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통신망 직접 깔면 최대 1300억 달러
스페이스X가 궤도에 올린 스타링크 위성만으로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을 단숨에 제칠 것이라는 기대는 자본 지출 계산서 앞에서 흔들린다. 위성에서 단말기로 직접 신호를 쏘는 기술이 발전해도 인구가 몰린 지역의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려면 지상 기지국과 백홀망이 필요하고, 스페이스X 통신망을 독자 구축하는 순간 그 비용이 밸류에이션을 정면으로 누른다.
스페이스X 지상망 구축에 필요한 1,300억 달러의 계산서
번스타인의 더글러스 하니드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가 독자 모바일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500억 달러에서 최대 1,30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에서 나온 그린필드 통신망 구축 비용 추정치는 최소 150억 달러에서 최대 2,000억 달러까지 벌어져 있지만, 항목별로 쌓아 올린 정밀한 바텀업 계획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분석가들이 현실적인 비교군으로 삼는 사례는 미국에서 제4 이동통신사를 노렸던 디시의 인프라 구축이다. 디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약 2만 4,000개 기지국 사이트를 세우고 2억 6,800만 명의 인구 커버리지를 확보하는 데 현금 설비투자(CapEx)만 74억 달러를 집행했다. 이 74억 달러에는 거액의 주파수 확보 비용과 금융 이자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스페이스X가 기존 3사와 정면 승부를 벌이려면 디시가 투입한 자금 규모를 몇 배 웃도는 현금을 지상에 넣어야 한다. 위성 기술이 앞서도 도심 빌딩 숲과 지하 공간의 전파 음영을 없애려면 결국 땅 위에 기지국 타워와 중계기를 촘촘히 박아야 하기 때문이다.
분기 184억 달러를 기록한 설비투자와 현금흐름 압박
스페이스X의 지출 속도는 이미 시장 예상을 큰 폭으로 앞지르고 있다. 지난 2분기 총 자본적 지출은 184억 달러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약 60억 달러의 세 배가 넘었다.
이 흐름은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는다. JP모건은 새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가 2027년과 2028년 두 해에만 2,000억 달러 이상을 설비투자에 쓸 것으로 전망했다. 위성 발사 주기 단축과 차세대 스타링크 제조, 우주선 개발에 지상망 확장까지 겹치면 연간 1,000억 달러 안팎의 현금이 빠져나간다는 계산이다.
자본적 지출이 이렇게 불어나면 기업 가치를 재는 잣대 자체가 바뀐다. 고마진 소프트웨어나 우주 플랫폼 기업에 붙는 높은 멀티플 대신, 차입금과 감가상각비를 짊어진 전통 인프라 기업의 할인율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스페이스X가 이런 투자 부담을 떠안는 순간 성장률보다 투하 자본 대비 수익률이 투자자의 핵심 잣대로 올라선다.
단독 구축보다 유력한 통신사 파트너십 시나리오
스페이스X가 지상망 비용을 전부 감당하기보다 기존 통신사와 손잡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니드 애널리스트 역시 스페이스X의 모바일 사업이 결국 파트너십 형태로 귀결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직접 기지국과 주파수를 사서 통신사가 되기보다, T모바일 같은 기존 사업자에게 위성 백홀과 오지 커버리지를 공급하는 B2B 인프라 사업자로 남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다. 이 경우 스페이스X는 수천억 달러의 지상망 매몰 비용을 피하면서 사용료를 챙기고, 통신사는 지상망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메워 가입자 이탈을 막는다.
다만 스페이스X 경영진은 지상망 직접 구축 카드를 아직 내려놓지 않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사측이 파트너십을 넘어 독자 망 구축으로 방향을 틀면 통신 3사와의 관계는 즉시 적대 관계로 바뀌고, 주파수 확보 경쟁과 망 투자 출혈전이 본격화될 위험이 있다.
주가 반등 속에서 다시 나온 스페이스X 정체성 논쟁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직후 저점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는 흐름이다. 지난 8월 3일 장중 저점 104.83달러를 찍은 뒤 매수세가 유입되며 8월 31일 142달러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앞으로 수년간의 지출 계획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반등이 이어질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모펫네이선슨의 줄리 주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가 비현실적인 기대 속에 상장한 뒤 가파른 조정을 겪었다고 지적하며, 시장이 지금 붙들고 있는 더 큰 질문은 스페이스X의 정체가 정확히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대치가 기술이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설정되기 전까지 관망하겠다고 했다.
우주 발사체 시장의 지배자라는 얼굴과, 막대한 자본을 삼키는 지상 통신망 도전자라는 얼굴 사이에서 시장은 아직 가격표를 정하지 못했다.
투자자가 확인할 자본 배분과 현금 소진 속도
다음 분기 실적과 공시에서 볼 지점은 설비투자의 방향과 현금 소진 속도다. 분기당 180억 달러를 넘나드는 자본적 지출이 스타링크 고도화에 집중되는지, 아니면 지상 기지국과 주파수 확보용 실탄으로 흘러가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본업 마진이 지상망 투자의 출혈을 감당할 만큼 빠르게 오르지 못하면 추가 자본 조달이나 부채 발행 압박이 커진다. 통신 3사를 흔들겠다는 야심이 현금흐름과 타협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확인하는 것이 지금 스페이스X를 보는 가장 확실한 기준이다.
확인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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